이번 시즌 V리그 2024-2025가 종지부를 찍으면서, 코트를 빛내던 ‘배구 여제’가 화려한 무대에서 내려왔다. 흥국생명의 에이스 김연경은 자신의 전성기와도 같았던 이번 시즌을 끝으로 선수 생활을 마감하겠다고 밝혔다. 팬들 사이에서는 김연경 은퇴를 아직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이처럼 탁월한 기량을 여전히 선보이고 있음에도 내려놓는 결단을 내린 데에는 그만의 확고한 의지가 있었다.
영광의 절정에서 내린 막, 김연경 은퇴의 이유
김연경은 만 37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올 시즌 내내 상대 팀 수비를 흔들며 연일 뜨거운 득점을 올렸다. 정규리그를 1위로 마무리하게 이끈 주역이자 챔피언 결정전에서 총 133점을 책임지며 흥국생명을 통합 우승까지 견인했다. 팬들은 그가 여전히 코트에서 황금 같은 순간을 더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본인은 “최고의 순간에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싶었다”는 말로 김연경 은퇴를 선언했다. 매번 올라갈 때 고민이 따랐던 만큼, 내려올 때는 더욱 큰 결심이 필요했을 것이다.
사실 김연경 은퇴를 아쉬워하는 이들은 ‘식빵언니’라 불리며 코트 안팎에서 특유의 밝은 에너지로 팀을 이끌었던 모습을 잊지 못한다. 시즌 후반부에 접어들수록 체력적인 부담이 커지기 마련이지만, 그녀는 오히려 상승세를 타며 공격과 수비 전 부문에서 건재함을 과시했다. 이 정도 퍼포먼스라면 조금 더 뛰어도 되지 않겠냐며 아쉬움을 표하는 이들도 많지만, 본인은 언젠가 반드시 맞닥뜨릴 ‘은퇴 시점’을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더 가치 있다고 믿었다. 결국 박수를 받을 때 떠나겠다는 지혜로운 선택은 많은 이들에게 진한 여운을 남겼다.
김연경 은퇴가 보여주는 아름다운 이별의 의미
스포츠 세계에서 으뜸가는 자리가 보장된 선수라 해도 세월 앞에 설 수는 없다. 신체 능력의 절정기에는 찬사가 쏟아지지만, 해가 바뀔 때마다 자연스레 기량은 내리막길을 걷곤 한다. 그래서 언젠가 맞이할 퇴장의 순간을 어떻게 준비하고, 어떤 모습으로 헤어지느냐가 중요하다. 김연경 은퇴 사례가 더욱 주목을 받는 이유는, 바로 최고의 기량을 유지하면서도 스스로 물러나길 택했다는 점이다.
김연경 이전에도 한국 스포츠계에는 ‘아름다운 이별’이라 불릴 만한 장면이 자주 등장했다. 예컨대 ‘피겨 여왕’ 김연아는 소치 동계올림픽을 끝으로 스케이트화를 벗었는데, 편파 판정 논란 속에서도 마지막까지 관객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메이저리그(MLB)에서 성공을 거둔 대표적 선수인 박찬호와 추신수 역시 화려한 기록을 남긴 뒤 KBO리그로 복귀해 국내 팬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 이들이 전 세계 팬들이 주목하는 메이저사이트의 스포트라이트 속에서도 스스로의 길을 정리하고 돌아와 남긴 멋진 작별은 후배 선수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이렇듯 어떤 방식으로 헤어지느냐는 단순히 개인의 기록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팬들과 약속을 지키는 일이자, 그간의 노고에 대한 감사의 표현이기도 하다. 김연경 은퇴 소식이 유달리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도 다르지 않다. 그녀의 결정은 그 누구보다 배구를 사랑한 팬들을 향한 진심 어린 감사이며, 앞으로 새롭게 펼쳐질 인생 2막에 대한 기대의 표명이기도 하다.
돌아옴의 가치, 그리고 다시 만날 수 있는 길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다는 말처럼, 스포츠 선수의 은퇴는 필연적으로 언젠가 닥칠 이별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헤어짐 뒤의 ‘귀환’을 상상해볼 수도 있다. 아무리 위대한 업적을 남긴 선수라도, 은퇴 이후 다시금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돌아올 가능성은 열려 있기 때문이다. 김연경 은퇴 후에도, 그녀가 코트를 떠났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관계가 단절되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스타플레이어들이 은퇴 후 지도자로 거듭나거나 해설위원으로서 방송에 출연하며 팬들과 재회하기도 한다. 농구 천재로 불렸던 서장훈이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의 고정 출연자로 자리 잡았고,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끈 안정환이 뛰어난 진행 실력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는 사례도 있다.
따라서 김연경 은퇴가 완전한 단절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미 현역 시절부터 김연경 재단을 통해 유소년 스포츠 인재를 발굴하고 지원해온 그녀는, 은퇴 후 본격적으로 지도자의 길에 들어설 수도 있고 스포츠 행정가나 사업가로 변신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유명 선수 출신이 정부의 주요 직책이나 스포츠 단체의 수장을 맡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탁구 챔피언 유승민이 IOC 선수 위원을 거쳐 대한체육회장에 오른 것이나, 역도 스타 장미란이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김연경 역시 훗날 어떠한 모습으로 다시 모습을 드러낼지, 그 귀환이 기대되는 부분이다.
끝나지 않은 이야기, 김연경이 만들어갈 또 다른 무대
어느 위대한 선수의 은퇴도 그 자체로 모든 것이 종결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이후의 행보가 새로운 전설을 이어가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김연경 은퇴가 팬들에게 큰 여운을 남긴 데에는 그녀가 상징하는 성공 신화와 강인한 정신력이 깔려 있다. 배구 팬들은 그녀의 헌신과 열정을 늘 기억할 것이고, 그 기억이 훗날 또 다른 무대로 이어지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또한 김연경 은퇴가 지니는 의미는 단순한 ‘이별’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불꽃 같은 활약으로 여러 배구 팬들을 즐겁게 했던 그녀의 에너지와 도전 정신이, 이제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다양한 형식으로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높다. 이미 김연경이 방송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자연스러운 예능감은 그녀에게 해설가나 예능인으로서도 안정된 길이 열려 있음을 시사한다.
미디어에서도 지금껏 레전드급 선수들이 은퇴 후 새로운 역할로 변신해 팬들에게 또 다른 감동을 전하는 사례가 많았다. 스포츠 해설, 예능 출연, 행정 업무, 사업 등 김연경이 어떤 선택을 하든, 팬들은 응원할 준비가 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펼친 그녀의 ‘라스트 댄스’가 찬란했기에, 앞으로 열릴 2막 또한 그 누구보다 빛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에 더해, 김연경 은퇴를 다섯 번 곱씹어도 모자랄 만큼 여전히 여운이 남는 건, 우리가 그녀에게서 수많은 이야기를 더 기대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결국 영원히 팬들 곁에서 공을 주고받을 수는 없더라도, 김연경이란 이름은 배구 역사에 깊이 각인됐다. 그 이름이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우리 곁에 돌아오든, 다시 한번 대한민국 스포츠계에 큰 획을 그을 날이 오길 많은 이들이 바라고 있다. 선수로서 최고의 퇴장을 알렸던 김연경 은퇴 순간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임을, 팬들은 잘 알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