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스포츠는 그 자체로 치열한 경쟁과 결과를 추구하는 무대입니다. 하지만 승패를 가르는 숫자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사회적 규범과 태도 또한 큰 의미를 가집니다. 특히 농구와 같은 팀 스포츠에서, 경기의 흐름과 결과를 넘어 선수들 간의 상호작용과 스포츠맨십이 중요한 논의거리로 떠오르곤 합니다. 그 중에서도, 종종 논란의 중심에 서는 것이 바로 경기를 뛰는 선수들끼리 통용되는 나름의 ‘불문율’인데요.
남자 농구는 물론 여자 프로 농구에서도 불문율은 오랜 시간 동안 스포츠 문화 속에서 암묵적으로 지켜져온 규칙들이지만, 그 존재를 두고 의견은 엇갈립니다. 일부는 이를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다른 일부는 불필요한 제약으로 여깁니다. 최근 WKBL에서 벌어진 한 경기에서, 3점슛 하나가 불문율을 둘러싼 논란의 불씨가 되었습니다. 이민지 선수의 3점슛이 그 시점에서 사실상 승패가 결정된 상황에서 던져졌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었고, 이에 대한 감독들의 입장 차이가 주목을 받았습니다. 과연 이 순간, 어떤 선택이 프로다운 태도였을까요? 이 질문은 단순히 한 경기를 넘어, 스포츠에서의 태도와 문화, 그리고 프로 정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만듭니다.
이민지의 과감한 3점슛, 논란의 불씨가 되다.

아산 우리은행 우리WON 팀은 최근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용인 삼성생명 블루밍스를 상대해 63-52로 승리하며 단독 선두 자리를 다시 굳혔다. 하지만 승리의 기쁨도 잠시, 경기 막판에 일어난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인해 “불문율” 논란이 뜨겁게 불거졌다. 경기 종료가 임박한 시점에, 삼성생명 측이 추가 수비를 포기하며 사실상 경기를 마무리하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그런데 이때 신인 선수 이민지가 수비 없이 널널한 공간을 활용해 3점슛을 시도하고 성공시키면서 순식간에 점수 차를 더 벌렸다.
경기는 이민지의 3점슛으로 결국 11점 차로 끝났지만, 이후 양 팀의 감독들이 악수를 나누는 과정에서 언쟁이 포착되어 논란이 증폭되었다. 하상윤 감독은 “이미 승패가 결정된 상황에서 굳이 공격을 지속하는 건 농구계에 오랜 관행을 어기는 일”이라며 불편함을 드러냈고, 이에 위성우 감독은 “신인인 이민지의 평균 득점을 조금이라도 높이려는 의도였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 설명에도 불구하고, 경기를 둘러싼 팬들과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불문율에 대한 찬반 의견이 분분하다.
흥미로운 점은 이민지가 던진 그 3점슛을 놓고 팬들이 느끼는 감정이다. “득점 기회가 있다면 끝까지 플레이하는 게 맞다”라는 지지와 “상대가 방어 의지를 접었는데 굳이 3점슛까지 넣을 필요가 있었느냐”라는 비판이 충돌하고 있다. 다만 프로라는 이름 아래, 마지막까지 최대한의 경기력을 보여주는 게 맞다는 의견도 상당히 힘을 얻고 있다.
두 감독의 엇갈린 입장, 그리고 3점슛의 의미

하상윤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큰 점수 차로 뒤지고 있었고, 이미 수비를 풀었는데 예상 외로 3점슛을 던져 기분이 좋지 않았다”라고 토로했다. 농구계에서 흔히 통용되는 ‘악수타임’ 혹은 ‘경기 종료 직전 무공격’이라는 암묵적 관행을 깬 행위라는 것이다. 그는 경기 종료 직전 마지막 20초 정도는 관중과 선수 모두에게 ‘마무리’의 의미가 있기에, 수비를 하지 않는 것이 일종의 예의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반면에 위성우 감독의 해명은 조금 달랐다. 그는 “이민지의 평균 득점을 조금이라도 올려주고 싶었는데, 착각으로 인해 한 자리 수 득점을 올리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즉, 단지 포인트를 더해주고 싶어 시킨 3점슛이었고, 점수 차를 일부러 크게 벌리고자 한 의도는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의도와는 별개로 “승리가 이미 확정된 상황에서 굳이 3점슛을 시도해야 했는가”라는 비판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다.
이런 불문율 논쟁을 바라보는 팬들의 의견 역시 양극화되어 있다. 어느 쪽은 “프로 농구는 팬을 위한 무대이니, 가능한 한 마지막 순간까지 플레이를 이어가는 게 옳다”라고 옹호한다. 반대로 “상대가 경기를 정리하려고 했으면 그대로 마무리하는 편이 더 매너 있는 모습 아니냐”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에 더해 NBA에서는 토너먼트 컵 도입으로 골득실을 따져야 하는 상황을 만들어, 경기 막판에도 3점슛을 포함한 적극적인 공격이 이어지도록 장려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프로의 책임감, 그리고 불문율 재고

경기가 끝난 뒤 하상윤 감독이 느낀 불쾌함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이미 승부가 사실상 결정된 상태에서 얻어맞은 3점슛이 불편하게 다가왔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 남은 20초 동안 충분히 도전하거나 더 나은 플레이를 시도하지 않고 스스로 경기를 마무리하려 했던 삼성생명의 태도를 팬들은 어떻게 바라볼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처럼, 프로라면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주장이 더욱 힘을 얻고 있다.
게다가 이민지의 3점슛이 통과된 후, “젊은 선수의 패기를 높이 사야 한다”라는 반응도 생겨나고 있다. 실제로 프로 스포츠에서는 신인 선수의 자신감이 팀 분위기에 신선한 활기를 불어넣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신인왕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상황이라면, 저마다 최대한 많은 득점을 올리기 위해 끝까지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팬 서비스로 연결된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진정한 프로 정신일까? 당연히 팬들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면서, 언제나 흥미로운 장면을 만들어내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불문율이라는 명분하에 시간을 버리는 모습에 실망하는 팬들도 많다. 또, 3점슛이라는 득점 방식을 활용해 마지막까지 멋진 장면을 연출하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결국 프로 선수와 지도자는 팬들의 시선과 기대를 최우선에 두고, 끝까지 열정적인 경기를 펼쳐야 한다. 공 하나라도 더 만지며 코트 위에서 최대치를 보여주는 것이 팬에 대한 예우라는 의미다. 과거 어떤 명장은 선수들에게 “너희는 무엇을 만들어내는가? 팬이 있기 때문에 공놀이로도 대접을 받는 거다”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이 말을 현재 농구판에도 적용해 본다면, 불문율 논란보다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어떻게 하면 관중이 더 흥미를 느끼고 즐거워할 경기를 만들 수 있느냐라는 점일 것이다.
길고도 치열한 경기 일정에서 3점슛 시도는 때로 승패를 가르는 무기가 되고, 때로는 팬들을 열광시키는 묘미가 되기도 한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과 ‘상대에 대한 예우를 지키는 것’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잡느냐가 결국 프로 스포츠의 영원한 숙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팬들은 남은 시간에 굳이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보다는, 3점슛 하나로라도 승부욕과 투지를 드러내는 플레이를 반기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논란 속에서도 분명한 사실은, 이민지의 3점슛 한 방이 농구계에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는 점이다. 불문율이라는 오랜 관행을 무작정 지킬 것인가, 아니면 흥행과 팬 만족을 위해 새로운 해석을 시도할 것인가. 앞으로도 이런 상황은 끊임없이 발생할 것이고, 각 팀과 선수, 그리고 팬들은 그때마다 어떤 선택이 ‘프로다운 태도’인지 되짚어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