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맨체스터 시티를 떠날 것이라는 깜짝 선언을 한 케빈 더 브라위너의 이름이 축구계 전반에서 뜨겁게 회자되고 있다. 가뜩이나 팀의 상징적 존재였던 그가 시즌이 끝나면 등번호와 함께 에티하드의 추억을 벗어던진다고 하니, 여러 언론과 팬들이 당황스러워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런데 불과 몇 분 후,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미디어 브리핑에서 “왜 그의 동상이 구장 밖에 세워져야 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하면서 분위기는 더욱 달아올랐다. ‘그의 등장이 한 시대의 종말과 또 다른 시대의 시작을 상징한다’고 해도 과장이 아닐 정도로, 케빈 더 브라위너는 지난 10년 가까이 이 팀의 공수 엔진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를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은 단순한 스타 플레이어 그 이상이다. 과르디올라 체제에서 꾸준히 핵심 자리를 지켜 온 것은 물론, 경기마다 창의적인 패스와 강력한 중거리 슛으로 찬사를 받았다. 특히 리그 우승과 컵 대회 제패를 동시에 거머쥐던 시기에는, 케빈 더 브라위너의 존재가 없었다면 결코 불가능했을 거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이 “콜린 벨이나 다비드 실바처럼, 케빈 더 브라위너 또한 시티의 최고 선수 계보에 이름을 새길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 이제 그가 떠난다는 사실에 대해, 구단 안팎 모두 그를 어떻게 기리며 보내야 할지 고민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케빈 더 브라위너로 귀결되는 황금 시대의 기억과 새로운 구분선
프리미어리그 전체에서 케빈 더 브라위너가 차지하는 위상은 더 깊게 따져볼 만한 주제다. 일부 축구 전문가들은 한 시대를 풍미한 선수들—예를 들면 티에리 앙리, 웨인 루니, 스티븐 제라드, 프랭크 램파드 등—이 이미 리그 역사에 단단히 뿌리내려 있기 때문에, 그 뒤를 잇는 세대가 동등한 평가를 받기 쉽지 않다고 말한다. 실제로 ‘바클레이스’라는 이름으로 상징되던 프리미어리그 전성기에 선수로 뛰었거나, 혹은 그 시기에 해설을 시작한 이들이 주류 전문가 그룹으로 자리 잡으면서, 옛 추억이 새로운 기준보다 더욱 우선시되는 경향이 생겼다는 지적도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유리 천장’이라는 단어가 언급된다. 이미 과거의 레전드들이 리그의 ‘역대 최고’ 반열을 점령해버린 상태이고, 리그가 발전하면서 등장한 신세대 선수들은 그 벽을 깨기가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케빈 더 브라위너를 비롯해 모하메드 살라와 같은 동시대의 뛰어난 선수들이 매시즌 뛰어난 성적과 퍼포먼스를 보여줘도, 많은 이들이 과거 황금기의 이름값에 더 끌리는 경우가 있다. 예컨대 맨유와 아스날의 전통적 라이벌 구도가 가져다주던 스토리에 비해, 최근 시티와 리버풀의 대결이 주목받는 정도는 상대적으로 덜 극적이라는 평도 적지 않다.
그렇다 해도 케빈 더 브라위너라는 개인에 대한 평가는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견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프리미어리그의 환경이 계속 진화하는 와중에도, 그는 꾸준히 뛰어난 기록을 쌓았고, 전술적으로도 독보적인 창조력을 발휘했다. 단순히 드리블만 돋보이는 ‘길거리 팬들이 기억할 만한’ 스타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우승 트로피를 19개나 들어 올리며 팀 성적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는 사실이 그 가치를 증명해준다. 오랜 세월 정상급 무대에서 활약을 멈추지 않았다는 것은 그가 진정한 엘리트 플레이어라는 데에 이견을 달기 어렵게 만든다.
놀라운 데이터와 경기장에서의 지배력
케빈 더 브라위너를 설명하는 핵심 요소 중 하나는 단연 ‘어시스트왕’이라는 칭호다. 그가 여러 시즌 동안 기록한 어시스트 수치만 봐도, 왜 그렇게 불리는지 금방 알 수 있다. 반대편에서 쇄도하는 동료에게 절묘하게 공을 전달하는 장면은 그의 트레이드마크이자, 수비진에게는 악몽 그 자체였다. 한 시즌 20어시스트를 달성하며 티에리 앙리가 보유하던 최다 어시스트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이 벨기에 미드필더가 결국 새 역사를 쓸 것이라 확신했다. 실제로 그는 그 숫자를 뛰어넘는 듯했지만, 상대 수비에 ‘약간의 굴절’이 있었다며 공식 집계에서 최종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해프닝이 있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세부 사항이 그의 전체 경력에 흠집을 남기진 않는다. 맨체스터 시티 유니폼을 입고 10시즌을 뛰며 무려 187골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한 데다, 부상으로 대부분의 경기를 날려버렸던 한 시즌을 제외하면 매년 최고의 폼을 유지했다. 2019-20 시즌 시티가 리버풀에 크게 뒤처지며 우승 경쟁에서 밀려났을 때도, 케빈 더 브라위너만큼은 빛을 발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수비적인 전술 세팅을 다듬어야 하는 상황에서도, 그의 창의성만큼은 최대치로 활용하려 노력했던 것이 인상적이었다. 이처럼 케빈 더 브라위너는 전술적 변화에도 유연하게 대응하고, 팀의 공격 전개를 책임지는 키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해왔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그가 왼발로 터뜨린 중요한 골들이 상당히 많다는 사실이다. 스탬포드 브릿지 원정에서 자신의 친정팀인 첼시를 상대로 넣은 결정적인 득점이나, 레스터 시티와의 경기에서 골대 상단을 흔들어버린 강력한 슛, 토트넘을 상대로 상대 선수에게 거친 태클을 받고도 강행 돌파하여 골문을 갈랐던 장면 등은 여전히 팬들의 뇌리에 선명하다. 이 활약들은 시티 팬들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이고, 과르디올라 역시 “누구나 한두 번 번뜩일 수 있지만, 매 경기를 그렇게 지배하는 건 다르다”고 극찬할 정도였다.
실제로 큰 경기에서 보여준 그의 존재감은 독보적이었다. 리그 우승을 좌우할 법한 빅 매치에서 자주 득점을 기록했고, 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서도 레알 마드리드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같은 강팀을 상대로 결정적 장면을 만들어냈다.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가까워진 시점에선 종종 부상 위험을 무릅쓰고도 출전하면서 팀에 헌신했는데, 이는 그가 정말 팀을 위해 기꺼이 몸을 던지는 선수라는 걸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케빈 더 브라위너, 마지막 도전과 미래에 남을 이름
그러나 뛰어난 실력 뒤에는 언제나 부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실제로 2023년 FA컵 결승전에서 맨유를 꺾은 후, 케빈 더 브라위너가 이미 햄스트링 부상을 오래 앓고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그럼에도 그는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대한 강한 의지로 버텼고, 결국 시즌 말미에 부상이 악화되어 수술대에 오르게 되고 말았다. 게다가 탈장 문제까지 겹치는 바람에, 그가 과거처럼 폭발적인 스프린트나 예리한 패스를 보여주기 어려운 시기가 한동안 이어졌다. 하지만 팬들은 그가 회복만 잘 해낸다면, 다시금 필드를 지배하는 영리한 플레이메이커로 돌아올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케빈 더 브라위너가 이번 시즌이 끝나면 팀을 떠난다는 소식이 발표되었으니, 구단으로서는 큰 전환점에 직면한 셈이다. 일부 팬들은 “지금이라도 번복하길 바란다”는 심정을 내비치지만, 현실적으로 그가 새 도전을 찾아 떠날 가능성이 더욱 커 보인다. 가장 자연스러운 시나리오는 그가 FA컵 같은 대회에서 다시 한 번 우승컵을 들어 올려, 팀과의 아름다운 이별을 장식하는 그림일 것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는 한 시대를 마무리하는 동시에, 메이저사이트를 비롯한 여러 매체에서 다이내믹한 커리어를 예찬받는 역사적 거물로 기록될 것이다.
결국 케빈 더 브라위너가 남긴 궤적은 결코 사소하게 바라볼 수 없다. 그는 맨체스터 시티에서 약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핵심 선수가 되어 수많은 대회 우승에 기여했으며, 잉글랜드 축구 역사에서 가장 빛나는 미드필더 중 한 명으로 거론된다. 많은 전문가들은 그가 “바클레이스 시대의 전설들이 이미 장악한 프리미어리그 명예의 전당에 균열을 낼 수 있는 현대의 몇 안 되는 거인”이라고 말한다. 비록 그가 떠날지라도, 에티하드 스타디움 인근에 그의 동상이 들어설 것이라는 과르디올라 감독의 전망이 전혀 허황된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지금까지 케빈 더 브라위너가 보여준 것처럼, 중요한 것은 선수의 한두 해 빛나는 순간이 아니라 얼마나 꾸준히 최정상급 퍼포먼스를 이어가느냐다. 그는 그것을 입증했고, 많은 사람들은 그가 또다시 새로운 무대에서도 그러한 기적을 일궈낼 것이라 확신한다. 비록 이번 여름이면 맨체스터 시티와의 동행이 막을 내릴지 몰라도, 케빈 더 브라위너라는 이름은 앞으로도 프리미어리그가 화려했던 과거를 돌아볼 때마다 반드시 거론될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그가 진정으로 ‘유리 천장’을 부수고 리그 전체를 대표하는 전설이 되었다고 평가받을 날이 오리라 믿는다.
케빈 더 브라위너의 여정은 이미 수많은 트로피와 역사적인 순간들로 채워졌지만, 아직도 결말이 정해지지 않은 대서사시 같다. 설령 그의 이적 소식이 현실이 되더라도, 그의 완벽에 가까운 헌신과 독창적인 플레이는 오랜 세월 동안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제 팬들은 그가 마지막으로 보여줄 무대에서 어떤 장면을 만들어낼지, 그리고 그가 떠난 이후 맨체스터 시티가 어떤 길을 걷게 될지를 기대 반 아쉬움 반으로 지켜보고 있다. 그리고 이는 곧, 한 선수가 한 구단과 한 도시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다시금 깨닫게 해주는 생생한 사례로 남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