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토트넘 유니폼을 입게 된 건 2015년 여름이었다. 당시 토트넘은 전방과 측면 공격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선수가 절실했다. 레버쿠젠에서 몇 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던 손흥민은 여러 구단의 관심을 받고 있었으나, 토트넘이 적극적인 구애 끝에 3,000만 유로(당시 한화 약 400억 원대)라는 이적료를 지불하며 영입을 성사시켰다.
처음 입단 후 적응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2015-16 시즌에 리그 4골 1도움이라는 다소 아쉬운 기록을 남겼다. 그 무렵 독일 무대로 복귀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렸으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의 신뢰 덕분에 잔류를 결정했다. 이후 델리 알리, 크리스티안 에릭센, 해리 케인과 함께 ‘DESK’라는 공격 라인을 형성해 2016-17 시즌 리그 2위에 오르는 쾌거를 이뤄냈다.
2018년에는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병역 문제를 해결했는데, 이 시점에 토트넘은 손흥민과 5년 재계약을 맺으면서 확고한 믿음을 드러냈다. 그리고 손흥민은 그 기대에 부응하듯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에 크게 기여했고, 델리 알리의 부진과 에릭센의 이탈 이후에도 꾸준히 공격 포인트를 쌓으며 팀 내 비중이 더욱 커졌다. 2020-21 시즌에는 잉글랜드프로축구선수협회(PFA) 올해의 팀에 선정되며 최고의 전성기를 맞았다.
이후 2021-22 시즌 개막 전 토트넘이 누누 이스피리투 산투 감독을 선임하면서 구단의 행보에 의문부호가 붙었을 때도, 손흥민은 클럽에 대한 애정을 재차 증명하듯 2025년까지 연장 옵션이 포함된 계약을 체결했다. 그 덕분인지 바로 그 시즌에 프리미어리그 공동 득점왕에 오르며 명실상부한 월드클래스 공격수로 자리매김했다. 2023-24 시즌에는 주장을 맡아 세 번째 ‘리그 10-10’ 기록을 달성함으로써 개인 통산 주요 기록도 새롭게 썼다.
하지만 2024-25 시즌에는 잔부상과 컨디션 난조 탓에 결장 경기가 이전보다 늘었다. 그럼에도 출전할 때면 결정적 기여를 하며 팀에 여전히 큰 무게감을 불어넣고 있다. 현재 그의 계약 기간이 2025년 6월까지이기에, 각종 매체에서는 그의 향후 행보를 두고 여러 관측이 쏟아진다. 이 와중에 이른바 ‘레전드 처우’에 대한 근거 없는 이야기가 온라인을 중심으로 떠돌고 있어, 논란의 배경과 실제 사례를 하나씩 살펴볼 필요가 생겼다.
토트넘 홋스퍼 ‘레전드 대우’ 오해와 실제 사례

최근 커뮤니티 일부에서 제기된 ‘토트넘이 공헌이 큰 선수들에게 제대로 된 예우를 하지 않는다’라는 주장은, 특정 사례들이 와전되면서 불거진 측면이 크다. 그중 가장 많이 회자된 것이 얀 베르통언과 위고 요리스의 사례다.
먼저 ‘베르통언에게 구단이 겨우 시계 하나만 선물하고 내쫓았다’라는 풍문이다. 이는 2019-20 시즌 토트넘이 여러 면에서 삐걱거리던 시기에, 뇌진탕 등 부상을 겪은 베르통언이 폼이 떨어지면서 주전 경쟁에서 밀려난 뒤 팀을 떠난 사연이 왜곡된 것이다. 사실 그 시즌 코로나19로 시즌이 중단되고 재개되는 복잡한 상황 속에서, 관중이 입장한 경기장 분위기 속에 베르통언의 마지막을 기념할 기회가 없었다. 그 대신 시즌 종료 후 선수들이 모인 자리에서 구단은 명품 시계와 사인으로 가득 채운 기념 액자를 선물하며 8년간의 헌신에 감사를 표했다. 이 장면은 아마존 프라임 축구 다큐멘터리 ‘All or Nothing: Tottenham Hotspur’에서 상세히 확인할 수 있다. 베르통언 역시 현재도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고 알려져 있다.
위고 요리스 건은 더욱 최근 사례다. 2022-23 시즌, 토트넘의 수비진이 총체적으로 흔들리며 많은 실점을 허용했고, 요리스 역시 예전 같은 안정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여기에 큰 부상까지 겹쳐 시즌 후반부에는 주전 자리를 잃기도 했다. 2023년 여름 구단이 골키퍼 비카리오를 영입하자 요리스는 주전 확보를 위해 타 구단과 접촉했지만, 결국 이적이 무산되면서 잔류를 택했다. 그를 1군 훈련에 함께 참여시키며 비카리오 적응을 돕는 멘토 역할을 부여했고, 이후 본머스전 하프타임 행사에서 레들리 킹이 직접 감사패를 건네며 요리스와 작별 인사를 나눴다. ‘단순 방출’ 소문과 달리, 이는 고주급자를 억지로 내보내기보다는 레전드로서 공로를 인정해준 전형적인 사례다.
이 밖에도 토트넘에서 오랫동안 활약한 토비 알더웨이럴트나 무사 뎀벨레 같은 선수들도 구단이 ‘강제 방출’했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알더웨이럴트는 스스로 더 많은 출전 기회를 찾아 중동으로 향했고, 뎀벨레는 부상 이후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기가 어려워졌다고 판단해 중국으로 이적했다. 대니 로즈는 폼 하락 후 왓포드로 떠났지만 다시 방출 위기에 놓이자, 구단 측에서 훈련장 사용과 친선 경기 출전을 허락하며 재기를 도왔다. 크리스티안 에릭센과 델리 알리 역시 구단이 재계약을 진행했으나, 결국 선수 본인의 의지나 퍼포먼스 문제로 팀을 떠나는 선택을 했다. 해리 케인 또한 개인 목표를 위해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하며 새 도전을 택했다.
정리하자면 토트넘은 기량이 떨어지거나 출전 시간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이 되면, 선수들이 직접 이적을 요청할 수 있도록 존중해왔다는 점이 대다수 사례로 입증된다. 팀을 떠난 이들도 ‘구단이 헌신에 감사하고 존중했다’고 인터뷰에서 밝히는 경우가 많아, ‘레전드 홀대’라는 말과는 크게 어긋나는 게 현실이다.
토트넘 외 다른 구단 사례와 손흥민의 미래

토트넘 출신 지도자와 관련된 이야기도 ‘편애’ 혹은 ‘밀어주기’라는 식으로 부풀려졌지만, 실제로는 능력이 입증된 인사들에게 기회가 주어졌을 뿐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이 있다. 라이언 메이슨은 헐시티 시절 머리 부상을 당해 일찍 은퇴한 뒤 유소년 아카데미 코치가 되었고, 이후 1군 코치를 맡으면서 두 차례 감독 대행으로도 팀을 이끌었다. 그의 지도력은 구단 내부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레들리 킹 역시 선수 생활을 토트넘에서 마감한 뒤 아카데미와 1군 코치를 거쳐 지도 경험을 쌓았고, 조세 무리뉴 시절 잠시 1군 코치로 활약했다. 그러나 이후 감독 교체 등 여러 사정으로 코치직을 내려놓았을 뿐, 본인 역량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건 아니다.
토트넘이 아닌 곳으로 눈을 돌려 봐도, 오랫동안 한 구단을 빛낸 선수들이 결국 말년에는 타 리그나 다른 팀으로 이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축구 과학이 발달하며 30대 중후반까지 뛰는 사례는 증가했으나, 구단은 전성기가 지난 베테랑과 재계약을 맺을 때 더 신중할 수밖에 없다. 리버풀의 스티븐 제라드나 조던 헨더슨, 맨시티의 다비드 실바와 세르히오 아구에로, 첼시의 프랭크 램파드와 존 테리 등도 결국 타 리그에서 선수 생활의 막바지를 보냈다. 맨유의 웨인 루니나 리오 퍼디난드도 같은 흐름이었다. 어느 팀이든 스포츠의 본질상 미래 성적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기 때문에, 인기와 명예가 높은 베테랑이더라도 언제나 장기 계약을 보장받는 건 아니다.
결과적으로 손흥민 역시 2025년에 만료되는 계약 이후 어떤 선택을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구단의 상징적인 존재가 되어 은퇴까지 한 팀에서 뛰는 일은 보기 드문 영예다. 그러나 개인이 추구하는 목표, 팀의 재정 상태와 전력 보강 계획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게 마련이다. 물론 토트넘은 10년을 함께한 공격 에이스를 놓치고 싶지 않겠지만, 손흥민이 계속해서 한 팀에서 빛날지, 아니면 새로운 무대에 도전할지는 여전히 예측하기 어렵다.
결국 축구라는 무대는 꿈과 낭만이 충돌하는 곳이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클럽의 미래 설계가 중요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오랜 시간 함께해 온 스타 플레이어에 대한 존중도 필요하다. 손흥민은 이미 토트넘 역사에서 기억될 레전드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그가 어떤 길을 택하든, 팬들과 구단이 과연 어떤 자세로 그의 결정을 맞이할 것인지가 이후의 진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