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3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는 e스포츠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결승전이 성대하게 열렸다. 이 경기는 단순히 게임 대회에 그치지 않고, 열정과 문화를 하나로 만드는 축제의 장이었다. 현장을 방문한 관중들은 물론,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 경기를 지켜본 인원까지 합치면 전 세계적으로 4억 명 이상이 시청했다는 집계가 나오니, 그 규모와 열기는 말 그대로 상상을 뛰어넘는다. 서울은 이 현장에서 마치 ‘월드컵’이나 ‘올림픽’을 떠올리게 하는 대규모 거리 응원문화를 새롭게 시도해 보이며, 또 한 번 K-컬처의 저력을 증명해냈다.
한편, 대회가 열린 주무대인 서울시는 최근 ‘2024 글로벌 트래블러 독자 선정상(Global Traveler Tested Reader Survey Awards)’에서 무려 10년 연속으로 ‘최고의 MICE 도시(Best MICE City)’에 선발돼 ‘명예의 전당(Hall of Fame)’에 등극했다. 약 3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의 투표를 통해 결정된 결과라 더욱 의미가 깊다. 이제 서울은 문화·관광·컨벤션 분야를 결합해 세계 무대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계속해서 확대해 나가고 있다.
e스포츠가 만들어 낸 젊은 문화 혁명
사실 비디오 게임을 경쟁 종목으로 만들고, 프로게이머라는 개념을 가장 먼저 도입한 곳은 미국이다. 그러나 정작 e스포츠의 종주국이라고 하면 대부분이 ‘한국’을 떠올린다. 이는 단순히 뛰어난 선수만을 배출했기 때문이 아니다. 바로 세계 최초로 <스타크래프트> 리그를 방송 매체를 통해 송출하고, ‘e스포츠’라는 용어 자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관련 산업을 선도했던 역사가 한국에 있기 때문이다.
이미 2004년,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에서는 프로리그 결승전이 열렸을 때 약 10만 명의 팬이 운집해 장관을 이뤘다. 흔히 ‘광안리 대첩’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e스포츠가 단순한 오락이 아닌, 수많은 젊은이들이 함께하는 거대한 문화 현상임을 증명한 대표적 사례다. 이후에도 2014년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결승에서는 유료 관중만 4만 명을 넘어섰으며, 전 세계에서 2억 8천만 명 이상의 시청자가 함께 지켜봤다는 놀라운 기록을 남겼다.
무엇보다 e스포츠는 이미 아시아 지역에서도 큰 영향력을 떨치고 있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처음으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한국 선수단이 참가한 모든 세부 종목에서 메달을 획득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현지의 다양한 변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거머쥔 것이다. 다가올 2026 나고야 아시안게임 역시 해당 종목이 계속 확대될 것으로 예측돼, 많은 전문가들은 한국이 또다시 좋은 성적을 보여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이 쌓아온 e스포츠 자산과 세계적 경쟁
최근 들어 중국이 국제 규격과 표준화 작업을 주도적으로 진행하고, 사우디아라비아가 총상금 6,000만 달러(한화 약 830억 원)에 달하는 ‘e스포츠 월드컵’을 개최하는 등 여러 국가가 공격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디지털 스포츠라는 점에서 글로벌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e스포츠는 이미 밀레니얼과 Z세대의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았고, 메이저사이트 방송 플랫폼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 세계 시청자와 교감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은 여전히 ‘종주국’이라는 자부심에 비해, 산업적 측면에서 글로벌 경쟁국들의 빠른 추격을 체감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우리가 전 세계 흐름에 미치는 영향력이 70%에 가깝다는 평가도 존재하지만, 막강한 자본과 시장규모를 앞세운 국가들이 앞다퉈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는 우리 역시 뒤처지지 않기 위한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공공과 민간이 함께 힘을 모아 새로운 플랫폼을 구축하고, 연고제를 도입해 지역 단위로 선수 육성과 경기를 정착시키는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 또한 국제대회를 안정적으로 개최할 수 있는 상설 경기장을 세우거나, 롤드컵과 같은 대규모 대회를 서울 중심으로 유치하는 거시적 계획도 검토해볼 시점이다.
미래를 위한 투자 – e스포츠가 열어갈 새로운 지평
오늘날 e스포츠는 이미 과거의 단순한 게임 대회를 넘어선 거대한 문화 산업이자, 세계인이 주목하는 엔터테인먼트 분야로 부상했다. 서울시는 2024 세계 도시 종합경쟁력 지수(GPCI)에서 세계 주요 48개 도시 중 6위를 차지해, 이제 TOP 5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는 창조산업부터 AI·바이오에 이르기까지 미래를 준비하는 데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은 결과이기도 하다. 특히 서울 비전 2030 펀드를 통해 다양한 신산업에 자금을 지원하며, 글로벌 인재를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등 도시 자체의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브랜드 경쟁이 치열해진 시대, 도시가 지향하는 이미지는 곧 그 도시에 대한 전 세계적 평가로 직결된다. e스포츠는 인터넷 방송과 SNS 채널을 통해 무대의 물리적 경계를 허물고 있다. 어디서든 각국의 경기를 한눈에 볼 수 있으며, 실시간으로 응원과 반응을 주고받는다. 이는 21세기 젊은 세대의 참여도를 극대화시키며, 새로운 문화와 트렌드를 창출하고 있다.
따라서 대한민국, 그중에서도 서울이 전 세계 e스포츠의 중심에 서기 위해서는 보다 선제적인 환경 조성과 산업 지원이 절실하다. 글로벌 이벤트를 주도적으로 유치하고, 선수 양성과 경기 인프라 확충에 적극 나선다면, 이미 탄탄하게 쌓아온 e스포츠 역사를 더 큰 무대로 확장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페이커’라는 전설적인 선수가 상징하는 것처럼, 서울이 e스포츠 문화의 진앙지로서 가장 찬란하게 빛나는 도시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e스포츠가 열어 갈 이 무한한 가능성은, 서울이 가진 꿈과 도전 정신과도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